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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을 품은 재앙신
만약 인간을 위해 문명을 발전시키려 자연을 파괴하는 것과 그런 자연을 지키기 위해 문명을 파괴하려는 것 중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면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그리고 그의 편을 들었다면 상대편을 반드시 악이라 할 수 있는가? 또한 자신이 편드는 쪽을 확실하게 선이라 정의할 수 있는가? 과연 대립관계가 생긴다면 반드시 선과 악으로 구분 지어야 할까? 모노노케 히메 한국 번역으로 원령공주는 인간의 문명과 자연과의 대립을 다룬 지브리 만화이다. 활을 매우 잘 쏘는 소년 아시타카는 사슴 야쿨을 타고 마을로 돌아가던 중 재앙신이라는 괴물이 마을을 공격하려는 모습을 목격한다. 두 여동생들이 재앙신에게 공격당할 처지에 놓이자 아시타카는 주저 없이 활을 들어 재앙신을 공격했고 마침내 그를 물리치는 데 성공했으나 오른팔에 큰 상처를 입고 만다. 마을의 족장은 아시타카의 상처를 살펴본 뒤 뜨거운 물을 가져와 소독했고 그날 밤 족장은 재앙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앙신은 무언가로 인해 크게 원한을 품어 현재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었으며 그의 원한은 아시타카의 팔의 상처에 깊게 남아 흉터는 점점 온몸에 퍼지게 되고 결국 고통스럽게 죽을 운명에 처하게 만드는 저주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심하게 일그러진 쇳덩어리를 주며 이 것이 상처를 낫게 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타카는 저주를 풀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된다.
원한과 갈등
한참을 달리며 도착한 마을은 '타타라'라는 큰 마을이었다. 그 마을은 에보시라는 여족장이 통치하고 있는 마을이었고 이 마을의 여자들은 매우 당차고 활발한 사람들이었다. 이 만화가 만들어질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매우 진보적이고 열린 사상을 가진 마을인 것이다. 에보시는 부상자들을 돌보고 마을사람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녀의 뛰어난 통치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다름 아닌 화약과 철포였다. 그녀는 강력한 화력의 무기로 외적의 위협에서 마을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시타카에게 상처를 입힌 재앙신을 분노하게 만든, 아시타카가 가지고 있던 쇳덩어리의 정체는 바로 그 철포의 탄약이었다. 아시타카는 크게 분노했고 오른팔의 저주에 담긴 사념이 아시타카의 의지와 상관없이 에보시를 죽이려 하였으나 아시타카는 필사적으로 이를 막았다. 에보시 역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였다. 그러던 중 들개무리를 이끈 소녀 한 명이 마을을 습격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원령공주라 불렀다. 아시타카는 그녀를 막아서려 했으나 그녀는 아시타카를 피해 에보시에게 달려갔고 원령공주와 에보시의 목숨을 건 혈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시타카에 의해 싸움은 저지되었고 아시타카는 원령공주를 기절시킨 뒤 데려가려 했으나 마을여자가 쏜 철포에 맞아 치명상을 입고 만다. 아시타카는 혼자힘으로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마을을 나가는 데 성공했고 원령공주의 들개들을 설득하여 마을을 탈출한다.
싸움은 생존과 욕망으로 시작된다
아시타카는 크게 상처를 입어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사슴신에 의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들개무리들의 우두머리인 모로는 원령공주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그녀의 이름은 산이라고 지었고 오래전 한 인간이 자신이 살기 위해 어린아이인 산을 자신에게 내던졌으며 그 이후부터 쭉 키워왔다고 했다.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신뢰하게 된 산과 아시타카는 숲을 완전히 파괴하려는 인간들과 그런 그들을 모두 없애려는 멧돼지 무리들의 싸움 한복판에 뛰어들어간다. 재앙신에 가까워지고 있는 멧돼지들의 수장 옷코토누시에게 달려가 설득해보았지만 이미 그는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려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산은 그에게 빨려 들어가기 직전이었고 에보시는 사슴신의 머리를 철포로 쏴 날려버린다. 이에 분노한 사슴신은 죽음의 신 데이다라신이 되어 살아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목만 남아 죽기 직전인 모로에게 물려 양쪽 팔을 잃은 에보시는 전의를 완전히 잃어버린다. 아시타카와 산은 힘을 합쳐 사슴신의 목을 되찾고 그에게 돌려주어 모든 것들을 되돌려놓고 아시타카의 저주는 풀린다. 이 만화는 인간과 짐승들의 전쟁을 그렸지만 반드시 서로 간의 싸움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짐승들끼리의 싸움도 있었고 인간들끼리의 싸움도 있었다. 서로의 생존을 위해 시작한 싸움이 점점 욕망이 되어가고 마지막엔 증오만이 남아있었다. 자연대 인간이든 자연끼리든 인간끼리든 반드시 싸움은 생겨났다. 사슴신은 생명의 신이면서도 밤에는 죽음의 신으로 변한다. 아시타카는 그를 생명 그 자체라고 했다. 생명은 삶이 있으면 죽음도 있고 낮이 있으면 밤도 있는 법이다. 총에 맞아 죽을뻔한 아시타카를 살렸지만 멧돼지들의 외침엔 답해주지 않았다. 자신의 머리를 날려버린 인간을 증오하고 원망하기는커녕 자신의 머리를 되찾자마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련 없이 사라져 버린다. 사슴신은 자연의 편도 문명의 편도 아닌 그저 순리 그대로 변화하는 그대로에 맞게 그저 존재할 뿐이 아닌가 싶었다.